시험을 앞두고 혹은 맞선, 첫 데이트, 연주, 발표 등을 앞두고 불안감을 느낄 수 있는데, 이렇게 불안은 친숙하지 않은 환경, 새로운 경험 혹은 위협적인 환경에 대응하고자 할 때 생명체 누구에게나 정상적으로 나타나는 기본적인 경고 반응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별로 불안을 유발할 상황이 아닌데도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불안감이 크다거나,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상황일지라도 너무 극심하게 불안감을 느낄 때 정신 건강 문제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삶은 계속해서 왼쪽 길, 오른쪽 길의 갈림길을 만들며 우리에게 선택을 요구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갈등이다. 갈등 상황은 두개 이상의 상반되는 경향이 동시에 존재하여 어떤 행동을 할 지 결정을 못하게 한다. 마음 속에서 서로 부딪히며 일어나는 여러 충동들이 갈등을 야기하는데, 한쪽에선 ‘하고 싶다’ 다른 한쪽에선 ‘하지 마라’하고, 혹은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은 경우’ 예컨대, 여성이 결혼과 직장 사이에서 진퇴양난의 경우, ‘시험에는 합격하고 싶은데, 공부는 하기 싫다’는 등의 경우이다. 그런데 이런 갈등 상태가 지속될 때 즉, 갈림길 앞에서 결정을 못 하고 서성이게 되는 상황이 또한 불안을 야기하게 된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이런 불안이 더욱 커지고 지속되어 에너지가 소모될 때에 인간은 결국 지치게 되고 그 자리에 주저앉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우울이다.
한편 불안은 학습적 경향이 있는데, 예를 들어 대인관계에서 불안을 느끼는 경우 사람 만나는 것을 회피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더욱 위축이 되고 자신감이 떨어지고 또 다음의 대인관계에서 불안이 더 커지는 악순환의 과정에 들어갈 수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심화될 경우 ‘대인공포증’, 최근에는 ‘사회불안장애’라 불리는 질환에 이환될 수도 있다.
현대 사회는 걱정거리가 많다. 특히 요즘 같이 경제가 안 좋을 때에는 더욱 그렇다. ‘걱정’과 관련된 우리나라 속담에서 보듯이 우리나라 선조들도 과도한 걱정에 대하여 ‘걱정’을 하였다. ‘걱정도 팔자다’  ‘걱정이 태산이다’ ‘걱정을 사서 한다’ ‘걱정이 많으면 빨리 늙는다’ ‘걱정이 반찬이면 상발이 무너진다’ 등 걱정과 관련된 여러 속담들이 있다.
걱정은 원래 개인이 어떤 위협에 대응하여 부정적인 결과를 줄일 수 있도록 준비시켜 주는 순기능을 가진다. 그러나, 별로 불안해 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사소한 일에도 너무 과도한 걱정을 하고 이유 없이 불안한 느낌이 지속되는 경우 병적이라 할 수 있고 이를 ‘범불안장애’라고 한다. 수면 장애, 피로감 등이 자주 나타나고, 이로 인한 증상에는 짜증, 집중력 곤란, 안절부절 등의 심리적인 증상과, 허리, 어깨 등의 근육통 및 두통 등의 근육 긴장과 떨림, 가슴 답답함, 과호흡, 가슴 두근거림, 흉부 통증 등의 자율신경계 과각성 증상 등이 함께 나타난다.
불안을 느끼게 되면 인간은 여러 신체 증상이 나타나는데,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계가 항진이 되어 나타나는 현상들, 즉 심장이 마구 뛰거나 땀이 나고 호흡이 가빠지고, 근육이 긴장되고 손발이 저리고 속이 메스꺼워지고, 더 나아가 어지러워 곧 쓰러질 것 같은 느낌 등의 여러 신체 반응이 나타난다. 이는 동물이 외부 위협을 받았을 때 그 개체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하나의 방어 기전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원시인이 길을 가다가 사자를 맞닥뜨렸을 때를 가정해보자. 이 때 사자와 맞서 싸우든 도망가든 인간의 근육에는 평소보다 많은 산소와 혈액이 필요하게 되고, 이를 위해 심박동이 빨라지고 혈압이 올라가며 호흡이 빨라져야 할 것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말초신경계 혹은 소화기관에는 혈액 공급이 적어져 저린 증상이나 속이 메스꺼워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공황장애’란 갑작스럽게 아무런 이유도 없이 어지러워 곧 쓰러질 것 같고, 호흡이 가빠지고, 심장이 마구 뛰거나 땀이 나고 속이 메스꺼워지고 이러다 곧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끼는 ‘공황발작’과 함께, 이런 공황 발작과 공포가 반복되면서 다시 또 이런 공포와 불안이 오면 어떡하나 하는 ‘예기 불안’이 생기고, 이런 일이 있었던 장소나 상황을 피하는 ‘회피 행동’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생명체가 위협을 받았을 때 자신을 보호하려는 신체 반응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지만 이런 현상이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기 때문에 환자는 큰 공포감을 느끼게 되고 결국 이런 상황을 회피하여 도망가게 되는 것이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시행하는 ‘인지행동치료’란 불안, 걱정과 관련되어 나타나는 비합리적이고 문제가 되는 왜곡된 사고방식을 교정시키는 인지치료와, 함께 나타나는 회피 행동, 즉 ‘도망가려는 행동’을 ‘도전하여 자신감을 갖도록’ 도와주는 행동치료를 병행하는 치료로서 많은 불안장애 환자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치료 기법이다.
불안은 회피의 대상이 아니고 도전과 극복의 대상이어야 한다.
두렵다고 도망갈(flight) 것인가, 아니면 도전할(fight)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