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은 내 마음대로만 되지는 않는다. 내 마음을 나도 모르는 경우가 많고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안 되는 때도 많다. 누군가 던진 한마디가 자꾸 마음에 걸린다. 더 이상 잡생각을 하지 않고 공부를 하려고 해도 그 생각에 대한 마음을 다잡기가 어렵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이지만 자꾸 생각이 나고 후회의 마음이 끝없이 이어진다. 걱정할수록 고통은 심해지지만 걱정되는 마음은 멈출 수가 없다. 어떤 경우에는 멍한 상태로 몇 시간이 지나기도 한다. 생산적인 생각을 하고 싶지만, 아무 생각도 하기 싫은 욕구는 자꾸 발동을 한다.

위와 같은 상태를 ‘자동조종’ 상태라고 말한다. 즉, 과거에 대한 후회,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 떠오르는 생각이나 감정들이 충동질하는 대로 조종당하는 상태인 것이다. 이런 경우 괴로운 것을 일단 회피하고 없애려고만 하는 태도를 취하게 된다.

‘마음챙김(mindfulness)’이란 이런 자동조종 상태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나의 상태와 상황을 자각하고, 마음의 재잘거림을 알고 바라볼 수 있는 상태로 되는 것이다. 고통을 없애고 억제하려는 싸움이 아니라, 진정으로 알아차리고 받아들임(수용)으로써 비로소 내려놓을 수가 있는 것이다. 나를 떨어져서 있는 그대로 봄으로써 나에 대한 객관적 관찰을 할 수 있고, 나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명상’은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명상이 조용히 앉아서 생각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명상은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생각을 그치는 것이 명상이다. 명상은 한자로 冥想 혹은 瞑想이라고 표기하는데 冥은 ‘어둡다’는 뜻이고 瞑은 ‘눈을 감다’는 뜻이다. 따라서 ‘생각을 어둡게 한다, 즉 생각을 그친다’라고 할 수 있다.

명상은 단지 생각만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욕구도 멈춘다. 적어도 명상을 하는 동안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욕구도 내려놓고 생각도 그치고 마음을 비운 상태로 있는 것이다. 다만 욕구와 생각을 그친다고 해서 자거나 멍한 상태로 있는 것이 아니라 또렷이 깨어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마음챙김 명상 치료‘는 미국 메사추세스 의대 존 카밧진 교수가 1979년부터 명상법을 심리치료와 건강증진에 응용하여 만든 프로그램으로서 그 효과가 널리 증명되면서, 현재 국제적으로 임상효과가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심신치료법이다.

지금 여기에 주의를 두는 명상법과 간단한 요가 동작들을 포함하여 따뜻하고 이완된 분위기 속에서 몸과 마음에 지속적인 주의를 두는 훈련을 하여, 일상에서도 현재의 패턴에 스스로 변화를 가져오도록 유도하는 프로그램이다. 타인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과도 좀 더 온전하고 친밀하게 관계하는 법을 배움으로써 원치 않는 부분과의 싸움이 아니라 알아차리고, 수용하고 놓는 연습을 하면서 신체적, 심리적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지도록 돕는다.

마음챙김 명상 치료는 우울, 불안, 불면 등의 정신건강의학적 증상에 대한 임상적 효과뿐만이 아니라, 스트레스 관리, 자율신경조절, 두통을 포함한 만성통증, 심장병, 암으로부터의 회복, 면역기능 강화, 주의집중력 향상, 정서적 공감력, 긍정정서 함양 등 폭넓게 도움을 주는 치료 프로그램이다.
마음챙김은 ‘객관적으로 떨어져서 보기’라는 특수한 형태의 주의를 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객관적으로 떨어져서 보려고 해도 특정상황에서 그 상황과 관련된 기존의 욕구와 생각이 거의 자동적으로 개입하므로, 지속적으로 끈질기게 작용하는 욕구와 생각의 개입을 이겨내며 객관적으로 떨어져서 보기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마음 챙김은 ‘힘’이라고도 할 수 있다. 강한 정서가 올라올 때 그 정서에 끌려들지 않고 떨어져서 바라보기를 훈련하고 또 훈련하다 보면 한 번 두 번 성공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런 성공 경험은 자기 효능감, 즉 자신감의 증진을 가져오고 결과적으로 바라보는 힘이 증가하게 된다.

인간이 느끼는 정서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정서는 사랑, 행복과 같은 긍정적인 정서와 분노, 슬픔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 등으로 나뉜다. 마음챙김을 하면 그러한 정서들이 어디서 어떻게 생겨나 몸과 마음에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유쾌한 정서는 더 늘어나고, 불쾌한 감정은 유쾌한 감정으로 바뀐다. 마음챙김으로 우리는 매 순간 일어나는 정서를 똑똑히 파악할 수 있고, 그 정서의 진정한 뿌리를 알아야 그것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