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을 빼려는 많은 여성들의 다이어트 후유증인 섭식장애 즉, 폭식증과 거식증이 이제는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의하면 섭식장애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2008년 1만 940명에서 2012년 1만 3000명으로 5년 사이에 18.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다.

1970년대 인기를 끌었던 미국의 ‘카펜터스’라는 팝 그룹의 멤버 카렌 카펜터스가 거식증, 즉 ‘신경성 식욕 부진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렇게 거식증은 영양 실조 등으로 인해 치사율이 10%에 이를 정도로 매우 치명적인 질환이다.

섭식장애에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어대며 계속해서 탄수화물 섭취 욕구 과다 현상을 보이는 신경성 폭식증(bulimia nervosa)과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BMI)가 낮은 사람, 즉 저체중인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살쪘다고 계속 인식하며 식사를 거부하는 거식증(신경성 식욕부진증, anorexia nervosa)이 그것이다. 이는 일반적인 비만인 사람이 소식 혹은 다이어트를 하는 것과는 구별된다.

신경성 폭식증 환자는 체중은 정상이거나 정상을 약간 넘긴 경우가 많으며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양의 음식을 섭취하고 먹는 동안 조절을 하지 못하는 양상으로 반복적 폭식을 한다. 또한 늘어난 체중을 보상하기 위해 구토를 유발하고 지사제 등 약물을 복용하며 굶고 과도한 운동을 하게 된다.
신경성 폭식증으로 인해 올 수 있는 질병으로는 알코올 남용, 약물 남용, 전해질 불균형 등으로 인한 신장 질환, 급성 위확장, 식도 외상, 치과 질환, 이하선 확대 및 월경 불순 등이 유발될 수 있다.

거식증 환자는 식사를 거부하고 체중 감소를 추구하면서도 역으로 음식과 식사에 강박적으로 집착을 보인다. 또한 극도로 말랐음에도 왜곡된 신체 이미지로 인해 자신을 뚱뚱하다고 여기며 자신의 저체중을 인정하지 않는다. 체중 증가에 대한 심한 두려움, 특이한 식사 행동, 현저한 체중 감소가 주 증상으로서 결국, 심각한 전해질 및 영양 불균형으로 인해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

여성 호르몬의 불균형을 초래하여 무월경을 보이거나, 전해질 불균형으로 신장 질환, 부종과 갑상선 기능 저하증, 탈모증, 저체온, 서맥, 저혈압 등이 나타난다. 증상이 심해질 경우 응급 상황이 발생하며 전해질 장애, 특히 저칼륨혈증 및 탈수증 등으로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섭식장애의 원인은 대뇌의 신경전달체계의 이상, 특히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및 호르몬 체계의 불균형으로 초래되는 것으로 여겨지며, 또한 대뇌의 섬엽(insula)의 이상으로 인해 배고픔을 잘 느끼지 못하고, 음식의 맛을 인식하는 능력에 불균형으로 초래하고 음식에 다가가려는 동기 부여가 잘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로는 영양 및 전해질 불균형이 심할 경우 절대적으로 입원 치료가 필요하고 왜곡된 신체 이미지를 교정하고, 식생활 습관을 교정하는 등의 인지행동치료와 함께 항우울제 등의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최근 우리나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여학생의 ‘신체 이미지 왜곡율(평균 체질량지수의 85% 미만인 사람들 중에서 자신의 체형을 살이 찐 편으로 인지하는 사람들의 분율)’이 35.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매우 마른 여학생의 상당수가 자신을 뚱뚱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43.5%의 여학생이 최근 한 달 동안 체중 감소를 위해 노력한 적이 있었고, 그 중 20.1%는 단식, 의사 처방 없이 마음대로 살 빼는 약 복용, 설사약·이뇨제 복용, 식사 후 구토, 한 가지 음식만 먹는 다이어트 등의 부적절한 방법으로 체중 감소를 시도했다고 한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날씬함을 미의 기준으로 제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할 것임을 시사한다. 대중매체에서 날씬하면 미인이고, 뚱뚱한 사람은 미련한 존재로 희화화되곤 한다. 한창 잘 먹어야 할 청소년이 살찌는 것을 두려워해 식단을 조절하고, 구직자는 관련 업무 지식을 갖추는 대신 살을 빼려 노력한다.

이스라엘 정부는 체질량지수가 18.5 이하인 패션모델이나 광고모델은 자격을 잃게 하는 법을 통과시키고 모델이 더 날씬해 보이도록 사진을 수정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이런 수정 사실을 사진에 명기하도록 했다고 한다. 지나치게 마른 몸매가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것으로 인식되는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