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면서 기분이 우울하다거나, 의욕이 떨어지고 기운이 없고 쉬 피로하다거나, 잠이 잘 안 온다거나, 입맛이 없다거나 하는 등의 증상을 한번이라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면 이런 우울한 기분이 든다고 다 우울증인 것인가? 그건 아니다. 요새 독감이 유행 중인데 감기는 누구나 걸리지만 폐렴은 누구나 걸리는 질환이 아니듯이, 우울한 기분이 든다고 다 우울증은 아닌 것이다.

그러면 우울증은 도대체 어떤 것이고 어떻게 진단을 하는 것인가? 아래의 우울 증상들 중에 최소한 5가지 이상이 나타나고 계속해서 최소한 2주 이상 오래 지속되며 사회적 기능의 저하가 나타난다면 전문적인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단 및 치료를 받아야 하는 우울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우울증의 증상은 크게 신체생리적인 증상과 인지적인 증상으로 나눌 수 있는데, 신체생리적인 증상으로 흔한 것은 불면증이다. 잠이 들기가 힘들다거나 잠이 들어도 자주 깨고, 새벽에 일찍 깨어 더 이상 잠을 이루지 못하고 괴로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또한 실제로 신체적인 문제가 없음에도 여기저기 몸이 아프다. 소화가 안 되고,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한 증상 등이 나타난다. 입맛이 없고, 체중이 줄고, 성욕이 떨어지고, 기운이 없고 쉬 피로감을 느낀다.

인지적인 증상으로는 우울하고 슬픈 느낌이 계속되고, 의욕이 없이 만사가 귀찮고, 뭘 해도 재미가 없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다 내 잘못인 것 같고, 벌 받는 느낌이 드는 등 괜한 죄책감이 들고, 죽고 싶은 생각이 머리에 차 있고, 주의 집중력이 떨어져, 멍한 느낌이 들고 자꾸 잊어버리는 등의 건망증 증세가 나타난다.
우울증의 원인은 현재까지의 여러 연구들에 의하면 뇌에 있는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에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우리 몸에 호르몬이 있어 신체생리적인 균형을 이루듯이, 뇌의 호르몬, 즉 신경전달물질이라는 것이 뇌의 기능이 균형을 이루도록 한다. 대표적인 신경전달 물질로는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이란 것이 있으며, 이들은 뇌 안에서 전깃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회로 내에서 뇌세포 간의 신호를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들의 균형이 깨져 마치 수돗물이 막혀 잘 흐르지 못하듯이 신경전달이 방해를 받게 되면 우울증이 오게 되는 것이다.

물론, 여러 가지 생활상의 어려움이나 스트레스가 우울증을 유발시키는데 하나의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우울증이라는 질환은 고혈압, 당뇨 등과 같이 의학적 질환이기 때문에 마음을 굳게 먹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모든 질병에서 치료 시기를 놓친 경우, 치료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합병증이 발생하듯이 우울증에서도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우울증에는 크게 두 가지 치료가 있는데 이는 약물치료와 정신치료이며, 무엇보다도 약물 치료가 기본이 된다. 항우울제는 신경전달물질 체계의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데, 마치 막혀 있던 수도를 뚫어주는 작용을 하여 수돗물이 잘 흐르도록 하여 우울증을 치료하는 것이다. 항우울제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최근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효과가 빨리 나타나는 새로운 약물들이 개발되어 우울증 치료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약물 치료와 함께 정신 치료를 병행하게 되는데, 우울증과 관련된 사회 심리적 스트레스와 대인 관계에서의 갈등을 감소시키고 환기시킴으로써 정서적인 지지를 받고, 심리적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개인 면담치료와, 자신과 세상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버리고 대신 유연성 있고 적극적 내지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지며 새로운 인식과 행동반응을 연습하는 인지 행동치료 등이 있다.
우울증은 일생동안 한번이라도 발병할 확률, 즉 평생 유병률이 20% 정도로 흔할 뿐만이 아니라 우울증으로 인한 노동력 손실은 사회적으로 악영향을 주게 되고, 자살률이 15% 가량으로 매우 높아 중요한 정신건강 문제이다. 우울증은 나도 모르게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것이므로, 항상 자신감을 갖고 생활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 노력하는 것이 우울증의 예방법이 될 수 있으며, 또한 작은 일이나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고 대화를 하도록 노력함으로써 우울증을 예방하도록 해야 하겠다.

감기에 걸렸을 때 잘 쉬고 잘 먹음으로써 회복될 수 있으나 과로하고 방치할 경우 폐렴으로 이환될 수 있듯이 왠지 우울할 때에는 더 심각해지기 전에 자기 자신을 환기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