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고 일조량이 줄어들면서 불면증을 비롯한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계절이 왔다.

인생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수면은 그만큼 우리에게 중요하지만, 평소에 수면의 소중함을 잊고 지내는 경우가 많으며 불면증 등의 수면장애가 생겼을 때에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인간의 일일 평균 수면 시간은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데, 신생아 때는 하루에 거의 16시간 정도 잠을 자며, 청소년기에는 대략 8.5시간, 20대는 대략 7.7시간이며, 40세 전후에는 7시간으로 줄어들고 50세가 넘으면 6시간 이하로 줄어든다.

수면은 너무 많이 취해도 너무 적게 취해도 문제가 되는데, 30세 이상 성인에서 하루 7~8시간 정상적으로 자는 사람보다 하루 4시간 이하 자는 사람이 6년 이내 사망할 확률이 2.8배 높고, 반대로 10시간 이상 자는 사람은 정상 수면인보다 사망률이 1.8배 높다는 보고가 있다.

수면은 생체 리듬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며, 수면이 나빠지면 신체 주기도 흐트러진다. 생체에는 여러 리듬이 있어 생체의 다양한 기능들을 효율적으로 조절하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리듬이 24시간 주기의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이다.

이 리듬은 크게 두 가지, 몸 안에 있는 내적 시계와 외부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외적 시계에 의해 조절된다. 우리 몸 안에도 이런 일주기 리듬을 조절하는 시계가 있는데, 이는 대뇌의 시상하부(hypothalamus)의 시교차상핵(suprachiasmatic nucleus)이라고 하는 곳에 있는 내적 생체 시계(biological clock)에 의해 조절된다. 외적 시계는 ‘자이트게버(zeitgebers)’라고 부르는데 외적인 시간 신호, 즉 햇빛의 강도와 해의 위치, 식사, 업무 시간, 기상 시간 등이다.

지구에 사는 대부분의 생물들은 태양의 24시간 주기에 영향을 받고 살아간다. 아침에 해가 뜨면 일어나 사냥을 나가고 밭을 일구어야 하고 해가 지기 전에 집에 돌아와야 했다. 남편과 애들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아침 9시까지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각자 일정한 시간에 기상해야만 한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인간의 실제 생체리듬 주기가 24시간보다 약간 긴 24.8시간이라는 것이다. 즉, 인간은 원래 태양의 24시간 주기보다 약간 긴 일주기 리듬을 갖고 있다는 것인데, 우리가 태양의 주기에 맞추어 살아가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자신 원래의 생체 리듬을 앞당겨야 하는 고통을 갖고 살아가고 있으며, 생물체는 외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를 거듭해왔지만 인간의 생체 리듬 시계는 아직 진화가 덜 된 모양이다.

수면은 하루 동안 쌓인 피로를 회복하게 하고 에너지를 충전하며 다음 날을 대비하게 한다. 이는 육체적인 피로 회복뿐만이 아니라, 그날 습득한 지식과 정보를 다시 정리하여 뇌에 저장하고, 낮에 겪었던 나쁜 감정을 정화시켜 다음 날에는 상쾌한 마음을 가지게 한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상황이나 우울증, 불안장애 등이 있을 경우 상대적으로 깊은 잠을 못 자고 REM 수면, 꿈 수면 등 얕은 수면을 많이 취하게 되면 다음날 피로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악순환의 고리에 들어가게 되면 만성 불면증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된다. 불면증은 잠을 쉽게 들지 못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밤사이 자주 깨거나 새벽에 일찍 깨어 더 자고 싶어도 못자는 경우도 있다. 이 모두가 불면증의 여러 종류이며 이들이 뒤섞여 나타나기도 한다. 불면의 결과로 낮에 피로하고 졸리며 짜증이 나고 기분이 나빠지며, 집중력이 떨어지고 일의 능률이 저하될 수 있다.